좋은글 이야기

파경(破鏡)

자공 우주 2007. 5. 1. 13:47
파경(破鏡) 깨진 거울
파경(破鏡)
흔히 부부가 이혼할 때 파경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그러나 <깨진 거울>이란 뜻을 갖는 이 말은 원래 깨진 거울을 다시 합쳐 완전해짐을 의미하는파경중원 (破鏡重圓)에서 나온 말이다. 파경중원은 헤어져 있던 부부가 다시 만나 합치는 것을 말한다. 출전은 《태평광기》.
破;깰 파 鏡;거울 경
남조(南朝)의 신하인 서덕언(徐德言)의 아내 낙창공주(樂昌公主)는 미모와 글솜씨가 뛰어난 여인이었다. 그러나 남조는 수나라 대군의 공격으로 멸망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예로부터 멸망한 나라들의 여자들은 적국의 권력자에게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서덕언은 수나라 대군이 임박했을 때 아내를 불러 말했다.
「당신의 미모와 재주를 보아하니 나라가 멸망하면 반드시 적의 손에 넘어갈 것이오. 살아 생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나,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오. 그때를 위해…….>
그리고 서덕언은 옆에 있던 거울을 두 조각으로 깨Em려 한쪽을 아내에게 주었다.
「이 거울을 소중히 간직했다가 정월 보름날 시장에 내다파시오. 내가 살아 남는다면 반드시 그 거울을 찾을 것이오.」
결국 남조는 수나라에게 멸망하고, 낙창공주는 수나라의 일등공신 양소(楊素)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녀는 타고난 아름다움과 재주로 이내 양소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결코 남편이 주었던 거울을 잊지는 않았다.
한편 서덕언은 거지 노릇을 하면서 1년이 지나서야 장안에 도착했다. 약속한대로 정월 보름날 시장에 가보니 소리를 지르면서 반쪽 거울을 파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러나 한 푼 가치도 없는 반쪽 거울을 누가 사겠는가? 사람들은 그를 비웃으며 지나갔다. 서덕언은 이내 그 거울을 사겠다고 한 후, 그 사나이를 자기가 머무는 곳에 데려가 거울에 얽힌 내력을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자기의 거울을 꺼내 맞춰보니 두 조각이 딱 들어맞았다. 서덕언은 거울 한쪽 편에 시 한수를 써서 그 사나이에게 돌려보냈다.
거울과 사람 모두 가버리더니
거울은 돌아왔는데 사람은 오지 않네.
더 이상 항아(姮娥)의 그림자 보이지 않는데
밝은 달빛만 무심히 비추누나.
사나이가 건네 준 거울을 본 낙창공주는 그 뒤부터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양소는 두 사람의 애정에 감동해, 즉시 서덕언을 불러 낙창공주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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