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이야기
월하빙인(月下氷人)
자공 우주
2007. 4. 30. 13:08
월하빙인(月下氷人) 달빛 아래의 노인과 얼음 위의 사람
월하빙인(月下氷人)
달빛 아래의 노인(月下老人)과 얼음 위의 사람(氷上人)이 합쳐져서 <월하빙인>이란 말이 생겼다. 뜻은 남녀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사람, 즉 중매쟁이를 말한다.
月;달 월 下;아래 하 氷;얼음 빙 人;사람 인
출전은 《속유괴록(續幽怪錄)》에 월하노인 얘기가 나오고, 《진서(晉書)》「예술전(藝術傳)」에 빙상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위고(韋固)라는 사람이 새벽에 용흥사(龍興寺)에 나갔다. 그는 여기서 어떤 사람과 결혼 문제를 상의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약속한 사람은 오지 않고, 한 노인이 돌계단에 앉아 달빛을 받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을 얼핏 보니 생전 보지 못한 글자라서, 그가 물었다.
「그게 무슨 책입니까?」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속세의 책이 아니네.」
「그럼 어디 책인가요?」
명계(冥界;저승)의 책이지.
「명계의 책이 어떻게 여기 있습니까? 당신은 명계 사람인가요?」
「우리 명계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을 관리하느라 세상에 나와 있지.」
「그럼 당신이 하는 일은 뭐죠?」
「난 사람들을 장가보내고 시집보내는 일을 하지.」
「마침 잘 됐네요. 난 여기서 혼담을 상의하려고 하는데 잘 될까요?」
「아니, 틀렸어. 자네 아내는 지금 세 살이야. 열일곱이 되어야 자네에게 시집을 오지.
「그 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빨간 끈이 들어있지.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끈이라네. 한번 이 끈으로 맺어지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또 아무리 원수사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맺어지지.」
「그럼 내 아내는 어디 있습니까?」
「이 마을 북쪽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진노파의 딸일세.」
「만나볼 수 있을까요?」
「노파는 언제나 딸을 안고 시장에 나와 있지. 자, 따라 오라구.」
노인은 북쪽 마을로 가서, 가난한 노파의 품에 안겨 있는 딸아이를 가리켰다.
「저 애가 자네 아내가 될 걸세.」
위고는 실망했으며, 그 실망은 증오로 변했다.
「저앨 죽여 버리고 싶군요.」
「죽이지 못할 걸. 저 앤 복이 있어서, 아들 덕분에 영지까지 받을 걸세.」
노인은 이렇게 말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위고는 하인에게 비수를 건네주면서 노파의 딸을 죽이라고 명했다. 하인은 혼잡한 틈을 타서 그 딸아이를 찔렀다. 가슴을 노렸지만, 빗나가서 미간을 찔렀다.
14년 뒤 위고는 관리가 되서 태수의 딸과 정혼하게 되었다. 신부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웬일인지 늘 한 장의 꽃모양의 종이를 미간에 붙이고 다녔다. 위고는 옛날 일이 생각나 그녀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내는 울면서 얘기했다.
저는 사실 양녀입니다. 아버지는 송성에서 현지사(縣知事)를 하고 있을 때 돌아가시고, 그 뒤 어머니와 오빠도 죽어서 진노파라는 사람에게서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세 살 때 폭도의 습격을 받아 이마에 상처가 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종이를 붙이고 다니는 것입니다.
위고는 자신이 한 짓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나중에 재상이 되었으며, 어머니는 조정에서 영지까지 수여받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송성의 현지사는 그 마을을 <정혼점(定婚店;혼례를 맺은 마을)>이라고 불렀다.
*
진(晉)나라 때 삭탐(索耽)이라는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다. 어느 날 한사람이 자기가 꾼 꿈을 해몽해 달라고 찾아왔다.
나는 얼음 위에 서 있었는데, 얼음 밑에 누가 있어서 그와 얘기를 했습니다.
삭탐이 대답했다.
「얼음 위는 양(陽)이고, 얼음 밑은 음(陰)이요. 양과 음이 얘기하는 것은, 당신이 결혼 중매를 서서 혼사를 이루게 할 징조라오. 아마 얼음이 녹을 무렵 중매를 하게 될 거요.」
과연 나중에 그는 태수의 아들과 다른 사람의 딸을 중매서게 되었다. 결혼식은 얼음이 녹고 시냇물이 흐르기 시작하는 봄에 이루어졌다.
달빛 아래의 노인(月下老人)과 얼음 위의 사람(氷上人)이 합쳐져서 <월하빙인>이란 말이 생겼다. 뜻은 남녀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사람, 즉 중매쟁이를 말한다.
月;달 월 下;아래 하 氷;얼음 빙 人;사람 인
출전은 《속유괴록(續幽怪錄)》에 월하노인 얘기가 나오고, 《진서(晉書)》「예술전(藝術傳)」에 빙상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위고(韋固)라는 사람이 새벽에 용흥사(龍興寺)에 나갔다. 그는 여기서 어떤 사람과 결혼 문제를 상의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약속한 사람은 오지 않고, 한 노인이 돌계단에 앉아 달빛을 받으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을 얼핏 보니 생전 보지 못한 글자라서, 그가 물었다.
「그게 무슨 책입니까?」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속세의 책이 아니네.」
「그럼 어디 책인가요?」
명계(冥界;저승)의 책이지.
「명계의 책이 어떻게 여기 있습니까? 당신은 명계 사람인가요?」
「우리 명계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을 관리하느라 세상에 나와 있지.」
「그럼 당신이 하는 일은 뭐죠?」
「난 사람들을 장가보내고 시집보내는 일을 하지.」
「마침 잘 됐네요. 난 여기서 혼담을 상의하려고 하는데 잘 될까요?」
「아니, 틀렸어. 자네 아내는 지금 세 살이야. 열일곱이 되어야 자네에게 시집을 오지.
「그 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빨간 끈이 들어있지.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끈이라네. 한번 이 끈으로 맺어지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또 아무리 원수사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맺어지지.」
「그럼 내 아내는 어디 있습니까?」
「이 마을 북쪽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진노파의 딸일세.」
「만나볼 수 있을까요?」
「노파는 언제나 딸을 안고 시장에 나와 있지. 자, 따라 오라구.」
노인은 북쪽 마을로 가서, 가난한 노파의 품에 안겨 있는 딸아이를 가리켰다.
「저 애가 자네 아내가 될 걸세.」
위고는 실망했으며, 그 실망은 증오로 변했다.
「저앨 죽여 버리고 싶군요.」
「죽이지 못할 걸. 저 앤 복이 있어서, 아들 덕분에 영지까지 받을 걸세.」
노인은 이렇게 말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위고는 하인에게 비수를 건네주면서 노파의 딸을 죽이라고 명했다. 하인은 혼잡한 틈을 타서 그 딸아이를 찔렀다. 가슴을 노렸지만, 빗나가서 미간을 찔렀다.
14년 뒤 위고는 관리가 되서 태수의 딸과 정혼하게 되었다. 신부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웬일인지 늘 한 장의 꽃모양의 종이를 미간에 붙이고 다녔다. 위고는 옛날 일이 생각나 그녀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내는 울면서 얘기했다.
저는 사실 양녀입니다. 아버지는 송성에서 현지사(縣知事)를 하고 있을 때 돌아가시고, 그 뒤 어머니와 오빠도 죽어서 진노파라는 사람에게서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세 살 때 폭도의 습격을 받아 이마에 상처가 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종이를 붙이고 다니는 것입니다.
위고는 자신이 한 짓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나중에 재상이 되었으며, 어머니는 조정에서 영지까지 수여받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송성의 현지사는 그 마을을 <정혼점(定婚店;혼례를 맺은 마을)>이라고 불렀다.
*
진(晉)나라 때 삭탐(索耽)이라는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다. 어느 날 한사람이 자기가 꾼 꿈을 해몽해 달라고 찾아왔다.
나는 얼음 위에 서 있었는데, 얼음 밑에 누가 있어서 그와 얘기를 했습니다.
삭탐이 대답했다.
「얼음 위는 양(陽)이고, 얼음 밑은 음(陰)이요. 양과 음이 얘기하는 것은, 당신이 결혼 중매를 서서 혼사를 이루게 할 징조라오. 아마 얼음이 녹을 무렵 중매를 하게 될 거요.」
과연 나중에 그는 태수의 아들과 다른 사람의 딸을 중매서게 되었다. 결혼식은 얼음이 녹고 시냇물이 흐르기 시작하는 봄에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