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牝鷄之晨 惟家之索(빈계지신 유가지삭)
자공 우주
2007. 6. 22. 08:13
牝鷄之晨 惟家之索(빈계지신 유가지삭)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동서양의 男尊女卑
婦言是用(부언시용)은 「여자의 말을 마냥 옳게 쓴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줏대 없이 여자의 말을 잘 듣는 남자를 비아냥거릴 때 쓰는 말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鷄之晨 惟家之索(빈계지신 유가지삭)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새벽을 알리는 울음은 수탉의 몫이다.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는 항변이 즉각 따르긴 하나, 경우가 다르다.
殷(은)나라의 紂王(주왕)은 妖婦(요부) 「달기」에게 푹 빠져 지냈다. 달기의 말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 줬다. 달기라는 色(색)에는 酒(주)가 따르게 마련이다. 허구한 날 酒色을 즐기느라 바쁘다 보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酒宴(주연)을 베풀면서 어진 신하들을 멀리하고 一族(일족)들마저 돌보지 않았다. 예정된 절차처럼 전국에서 반란이 잇따랐다.
이같은 혼란을 틈 탄 周(주)나라 武王(무왕)은 殷의 紂王을 쳤다. 병사 3000명을 이끌고 殷으로 진군했다. 그리고 외쳤다.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법이다』
紂王을 치는 대의명분으로 鷄之晨 惟家之索을 거론한 것이다. 「암탉」이 곧 달기임은 不問可知(불문가지)다. 鷄는 無晨, 새벽에 울지 않아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鷄之晨을 경계하는 표현은 한둘이 아니다. 「外言不入於梱 內言不出於梱(외언불입어곤 내언불출어곤)」은 같은 말이다. 바깥 얘기를 문지방 안으로 들이지 말아야 하고, 집안 얘기를 밖으로 흘려서도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암탉이 못 미덥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심지어 『여자는 友情의 敵이요, 피할 수 없는 형벌이며, 必要惡(필요악)』이라고 극언한 이는 어느 종교의 聖人(성인)이다.
孔子(공자) 역시 암탉을 무시했다. 南尊女卑(남존여비),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는 뜻이다.
孔子가 太山(태산)에서 노닐다 榮啓期(영계기)를 봤다. 거지나 다름없는 행색으로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부르는 그에게 물었다.
『선생이 즐거워하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榮啓期가 답했다.
『나는 즐거움이 매우 많습니다. 하늘이 萬物(만물)을 만들 때 오로지 사람만 귀히 했는데 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니 그것이 첫 번째 즐거움입니다. 또한 男尊女卑인데 나는 이미 남자의 몸을 얻었으니 그것이 두 번째 즐거움입니다…』
孔子는 그를 『스스로 깨친 사람(自寬者)』이라고 추어올렸다. 纏足(전족)으로 여성을 愛玩(애완)한 대륙답다.
암탉의 서러움은 속담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여자와 소인은 가까이 하지 마라」, 「여자가 말이 많으면 과부가 된다」, 「여자가 너무 알면 팔자가 세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 걸러 때려야 한다」 …
암탉의 슬픔은 중국과 우리나라에 국한하지 않는다.
일본의 아내들은 남편을 「主人(주인)」이라 불렀다. 西歐 신사도의 裏面(이면)에는 「물질적 존재」·「소유물」·「재산」으로서의 여성이 자리잡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재물이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발상의 산물이 바로 「젠틀멘 코드」일 수 있다.
역사 속의 「암탉」들
歷史(역사)는 영어로 히스토리(History)다. 「그의(His) 이야기(Story)」, 즉 남자들의 이야기가 히스토리의 語源(어원)이라는 說(설)이 그럴싸하게 퍼져 있을 정도로 東西古今 男尊女卑의 뿌리가 깊다.
南師古(남사고: 조선 명종 때의 예언자. 호 格菴)의 「格菴遺錄(격암유록)」에들어 있다는 絶倫者怨無心(절륜자원무심), 「윤리를 끊는 사람은 죽는다」는 구절을 호주제 폐지와 연결해 말세라며 혀를 끌끌 찬다.
우리나라 최초의 「암탉다운 암탉」은 7세기 신라의 善德女王(선덕여왕)이었다. 唐(당)나라의 2대 황제 太宗(태종)은 그때까지 중국에서도 등장하지 못한 女王의 출현을 조롱하며 「암탉」을 들먹였다.
이후 舊韓末(구한말)에 이르러 일본公使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가 高宗(고종) 앞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여기서 「암탉」은 물론 明成皇后(명성황후)다.
중국 蔣介石(장개석)의 부인 宋美齡(송미령), 毛澤東(모택동)의 부인 江靑(강청)도 싫든 좋든 「암탉」 소리를 듣고 살았다. 周恩來(주은래)의 부인인 鄧穎超(등영초)는 새벽에 우는 암탉답지 않은 삶 덕에 생전은 물론 사후에 추앙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부인 가운데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와 유사한 경우도 있고, 「암탉」과 무관한 인물도 있다.
易經이 내다본 여성상위 시대
2006년 여름 시점에 鷄之晨 惟家之索을 强辯(강변)하면 시대착오적인 公共의 敵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鷄之晨을 탓하던 중국의 수탉들도 간 데 없다. 어느덧 암탉에게 뺨을 맞아도 그러려니, 익숙해졌다.
또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무총리가 여성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 리스트의 최정상에도 여성이 올랐다. 걸핏하면 수탉들만의 대결장에 끼어들려 애쓰고 있는 골퍼 미셸 위도 암탉이다.
작금의 암탉 上位時代(상위시대)는 「易經(역경)」이 일찌감치 내다봤다. 澤山咸(택산함) 卦(괘)는 여자가 위에 있고 남자가 아래에 있다는 의미다. 地天泰(지천태)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위에서 아래로 힘을 쓰고 남자가 아래서 위로 힘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周易(주역)」이 암탉더러 獨走(독주)하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암탉과 수탉이 생물학적 性別(성별) 본분에 충실하게 화합해야 만사형통이라는 造化翁의 진리를 喚起(환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홀로 힘쓰는 암탉은 무의미하다. 지혜로운 수탉, 무모할 만큼 저돌적인 수탉, 계산에 밝은 수탉이 곁에 있으면 강한 암탉은 더 세질 수 있다. 암탉은 자신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벼슬(文), 발톱(武), 敵과 맞서는 용기(勇), 먹이가 있으면 「꼭꼭꼭」 대며 무리를 부르는 어진 성질(仁), 때를 맞춰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는 충직(信) 등이 닭의 다섯 가지 德이다. 이 중 암탉의 몫은 仁 정도다. 수탉의 文武勇信보다 암탉의 仁을 중시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