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 우주 2007. 6. 22. 10:45

악업
인과의 법칙엔 조금의 어긋남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것에 대한 대표적인 것이 십계(十戒: 열 가지 계율)인데, 출가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출가하지 않은 사람도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이다.
우리는 지금 행복하기를 바라며,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반대로 하여 고통만을 더해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른 가르침[正法]을 못 배워서, 또는 몰라서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지옥에 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버려야 할 열 가지 악행에는 몸으로 짓는 세 가지와 입으로 짓는 네 가지, 마음으로 짓는 세 가지가 있다.
몸으로 짓는 것에는 살생, 도둑질, 음행이 있으며,
입으로 짓는 것에는 거짓 말, 이간질, 모진 말, 꾸민 말이 있고, 마음으로 짓는 것에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있다.
이들 악행에는 대상, 생각, 행위, 그 행위의 결과라는 네 가지가 따른다.

살생의 경우를 보자
첫째, 살생의 대상은 자신일 수 없다. 반드시 남이어야 한다.
둘째, 살생의 동기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동물의 가죽이나 살이나 피를 얻기 위해 살생하는 것은 탐심(貪心)에 의한 살생이며, 원수를 갚기 위한 살생은 진심(瞋心)에 의한 살생이며, 또 외도(外道)들과 같이 짐승을 죽여 그 머리나 피로 공양을 올리거나 보시하면 죄가 없어져 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살생을 하는 것은 치심(癡心)에 의한 살생이다.
셋째, 실제로 살생하는 행위이다. 꼭 무기나 독 등의 도구로 살생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사술을 부려서 살생하는 것도 포함된다.
넷째, 그 행위의 결과는 자기보다 다른 이가 먼저 죽어야 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행위가 바로 살생이다. 한편 다른 사람을 시켜서 살생을 하는 것도 자신이 직접 죽인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여덟 명이 함께 소 한 마리를 죽이면 그 죄는 여덟 등분으로 나누어지지 않으며 각각 한 마리를 죽인 죄과를 받게 된다.
또 전쟁 중에 부하를 보내 적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려 적을 죽이게 될 때 적을 두 명 죽이면 두 명을 죽인 죄가, 천명을 죽이면 천 명을 죽인 죄과가 생기게 되므로, 만약 꼭 살생해야 될 일이 있으면 다른 이에게 시키지 말고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낫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죽이지 않으면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이 직접 죽이지 않고 남에게 시키게 되면 살생한 죄와 시킨 죄, 이 두 가지에 대한 죄과를 받게 되므로 그 죄과는 더 커진다.
옛날에 어떤 불자들이 양과 소와 염소를 잡아먹기 위하여 끈으로 묶어 놓았다.
그 때 염소가 소와 양에게 "오늘 우리는 불자들에게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소가 말하기를 "이 불자들은 삼보에 귀의하여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기도도 하고 명상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고 이야기했다.
또 양도 말하기를 "이 불자들은 부처님의 제자이며, 또 남을 해치지 말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주된 내용인데, 그 가르침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으니 우리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하고 말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불자들은 한 백정에게 양과 소와 염소를 죽여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그 백정이 바빠서 오늘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그 불자들은 자신들의 저녁거리이므로 오늘 꼭 죽여야 한다고 우겨서 백정은 할 수 없이 죽이기로 하였다.
백정이 양과 소와 염소를 죽이려 할 때 그들은 매우 슬퍼하면서 눈물을 홀렸다. 그 때 한 불자가 손에 염주를 들고 고기들이 얼마나 나오는지 구경하러 왔다. 이에 세 마리의 짐승들이 불자에게 "살생하면 안 되잖아, 또 다른 사람에게 시켜도 안 되잖아"말했다.
또 "가능하면 우리를 살려 달라, 만약 꼭 죽이려면 직접 죽여라" 하고 말했다.
이 말을 하는 순간에 백정이 와서 매우 날카로운 칼로 양의 가슴을 가르고는 양의 내장을 들어내자 양은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또 큰 망치로 소의 머리를 때리자 소는 고통에 찬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가 정토에 계시는 부처님 귀에까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저 소리는 사바세계의 한 장소에서 불자의 모양만 가지고 있는 놈들이 자기 어머니와 같은 생명을 죽이고 있는 고통의 소리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불자들이 살생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자기도 살생하지 않고 남에게도 살생하지 말라고 해야 하며,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면 구해 주는 것이 제일의 수행이다.

도둑질에도 네 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째, 그 대상은 남의 것이어야 한다.
둘째, 다른 이가 주지 않는데도 얻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한다. 좋은 물건을 보고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겨 훔치게 되면 탐심(貪)에 의한 도둑질이고, 원수나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을 때리고 빼앗는 것은 진심(瞋)에 의한 도둑질이며, ?가난해서 도둑질하는 것은 죄가 없다'고 하는 것은 치심(癡)에 의한 도둑질이다.
셋째, 실제로 훔치는 행위인데 직접 훔치는 경우뿐만 아니라 누군가 물건을 보시할 때 하나씩만 주어지는 것을 몰래 하나 더 가지는 것도 도둑질이다. 또 다른 이에게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많이 받는 것도 도둑질이며, 장사할 때 물건값을 비싸게 받아서 옳지 못한 이익을 얻는 것도 도둑질이다.
넷째, 위의 세 가지 행위의 결과로 원하는 물건을 얻는 것 그것이 바로 도둑질이다. 설사 어떤 이가 돈이나 물건을 맡긴 다음 시간이 지나 잊어 버려서 자신이 갖거나, 주인이 자신에게 맡겨둔 것을 잊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결국 그 물건을 얻게 되면 이것 역시 도둑질이다.
이 밖에 음행이나 거짓말 따위의 악행들은 모두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의한 것이므로 항상 행위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 스스로를 제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악업의 가볍고 무겁고의 차이
죄에 따라 가볍고 무거운 차이가 있다. 살생하는 죄가 가장 무거우며,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이간질, 모진 말, 꾸미는 말의 순서로 죄가 조금씩 가볍다. 왜냐 하면 당하는 상대방의 고통에 따라서 죄의 무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물건보다는 목숨을 가장 귀하게 여기므로 살생의 죄가 도둑질의 죄보다 더 무겁다.
마음으로 짓는 죄의 세 가지 중에는 사견(邪見)이 가장 무거우며, 그 다음이 남을 해치려는 마음(嗔心)이고, 그 다음이 탐하는 마음(貪心)이다. 행동으로 그 죄가 무겁게 되는 것에는 매우 나쁜 방법에 의한 살생이 대표적이다. 또 벌레를 죽인 것보다 코끼리를 죽인 것이 더 무거운 죄를 받게 되는데, 몸의 크기에 따라 고통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개나 닭, 벌레 등을 불에 태워서 죽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죄질에 의한 죄의 무게와 행동에 의한 죄의 무게 두 가지를 모두 무겁게 받게 된다.
대상에 따라 그 죄의 무게를 달리하는 경우는 화가 나서 눈을 흘겨보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스승이나 깨달은 이, 보살, 부모님 등 귀한 분들에게 하는 것의 죄가 더 무겁다.
또 항상 하는 행동으로 인하여 그 죄가 무겁게 되는 것은 꾸미는 말을 하는 것인데, 늘 하는 행동이므로 죄를 무겁게 받게 된다.
구제 받을 수 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그 죄가 무겁게 되는 것은 덕행을 하나도 베풀지 않는 것인데, 인색한 사람이 짓게 되는 죄는 매우 무겁다. 보살들에게 매우 화가 나서 눈을 흘겨보는 것이나, 고통을 주면서 동물을 죽이는 것은 무거운 죄 둘을 한꺼번에 짓는 행위이다.
보살들에게 매우 화가 난 눈으로 흘겨보는 것은 대상에 의한 죄와 생각에 의한 죄가 합쳐진 것이고, 고통을 주면서 동물을 죽이는 것은 생각에 의한 죄와 행동에 의한 죄가 합쳐진 것이다.

악업의 결과
큰 죄를 지으면 지옥에 나게 되고, 중간의 죄를 지으면 아귀로 나게 되고, 작은 죄를 지으면 축생에 나게 된다. 큰 살생을 하게 되면 반드시 지옥에 나게 된다. 또 지옥의 벌을 받고 나서 인간으로 태어나게 되면 전생의 환경에 따라 결과가 생기게 되므로 수명이 짧고 병에 걸리게 되며, 어려서부터 살생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며, 늘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고 약을 쓰더라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옥에 태어나서 자신의 몸과 불이 하나로 되는 고통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생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더 무서운데, 그 결과로 지옥에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열 가지 나쁜 행위 중 살생을 뺀 나머지 아홉 가지도 고통스런 결과를 낳게 되는데, 고아로 태어나거나. 정숙하지 못한 부인을 만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모두 거짓으로 생각하거나, 친지들과 헤어지게 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하거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언제나 위험하게 살거나, 진리를 구하는 이를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등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때로 죄를 지은 이들은 오래 살고,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 되지만 오히려 수행자들이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전생의 원인으로 인한 이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모든 행위는 숙세에 걸친 업의 작용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지난 생을 돌아보고 다가올 생을 위해 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

선업
열 가지 악업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선업은 아니다. 선업이라 할 구체적 행위가 있어야 하며, 선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나쁜 업 열 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를 죽이지 않겠다는 결심이 선업이 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소라는 대상에 대해 죽이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여 죽이면 안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소를 죽여야 할 상황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행위의 결과가 바로 선업이다.

㉢ 인과를 알고 나서 취할 태도
죄를 조금 짓더라도 참회하면 되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죄를 처음부터 짓지 않는 것과 참회하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마치 두 다리가 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멀쩡한 것과 다쳐서 고친 것의 차이와 같다.
우리는 주로 이생만을 생각하며 다음 생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인간의 몸 받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으며, 죽음에 대해서도, 삼악도의 고통에 대해서도, 어떻게 귀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인과에 대해서도 알았으므로 이제부터는 다음 생을 위해서 행동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음 생을 주로 생각하고 이생에 그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낮은 단계에서 중간 단계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