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염송때 피해야할곳
숫자마다 담겨 있는 다양한 불교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보는 코너를 마련한다.
지금 한국 불교의 주력 종단인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계율(戒律)을 전공한 학승이라서 그런지 얼마 전에 조계종의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인 중앙종회에서 수행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해 스님들의 수행 장소와 수행 이력을 신고하는 결계(結界)와 특정 장소에서 계율을 암송하며 자신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법회인 포살(布薩)을 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발의는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주도한 것으로서 그의 관심 분야를 내외에 보여준 일이라고 생각된다. 승가의 중흥 요건으로서 결계와 포살을 든 것이다. 이는 계율을 모아놓은 율장(律藏)인 『사분율(四分律』 권1에 “과거 7불 중 비사부불 구나함모니불은 제자들을 위해 12부경(部經)을 설하지 않고 결계와 포살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 가르침을 받든 것으로 생각한다. 시행안에 따르면 스님들은 매년 하안거가 시작되는 음력 4월 15일과 동안거가 시작되는 음력 10월 15일까지 거주지 관할 교구 본사에 결계 신고를 하고 안거 기간에 한 차례씩 포살 법회에 참가해야 한다. 실제로 실행하는 참뜻이 지켜지고 제대로 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분분한 이야기가 있지만 믿는 이에게 그것은 실현된다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따르고 살피고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포살은 계율을 암송하고 자기반성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계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계율 이야기이면 결계(結戒)라 하지 않고 왜 결계(結界)라고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은 불자와 일반인이 대부분일 것이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의 주인공인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불교의 세계관을 반영한 말로써 의식의 수준에 따라 사는 곳이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우리 부처님은 초기 경전에서 “법(法=dhamma)은 법계(dhamma-dhatu)에 머문다”고 하셨다. 훌륭한 사람이 머무는 곳은 그 장소 자체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훌륭한 장소에 머물러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본 사람은 그것을 ‘장소(場所=ところ)의 철학’이라고 한다. 진리를 공부하는 수행자는 세 가지의 환경을 갖추어야만 수행을 제대로 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바로 스승과 도반과 도량(道場)이다. 이 도량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일정한 경계의 도량 안에서는 자발적으로든 강제적으로든 깨끗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으므로 그곳에 머물겠다는 의지와 머물고 있다는 증거를 대중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결계를 신고하는 것이다. 즉 깨끗하고 바른 계율을 지켜서 수행하기에 좋게 하는 곳(界)을 만들고(結) 스스로 그곳에 몸과 마음을 머무는 것을 말하기에 결계(結戒)라 하지 않고 결계(結界)라 하는 것이다. 초기 경전이나 율장에서 그리고 대승불교의 경전이나 유명한 이력종장(履歷宗匠) 큰스님들의 법어집에서 도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경계를 뛰어넘어야 출격장부(出格丈夫)가 되는 것이며, 사람들의 땀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저자에서도 평안을 유지해야 하지만 마음 닦는 공부의 과정에 있는 수행자들은 환경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수행의 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곳은 수없이 많은데, 『일자불정륜왕경(一字佛頂輪王經)』에서는 염송(念誦) 공부를 하는 데 방해가 되므로 피해야 할 장소를 15군데로 제시하고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염송 공부는 단순히 주력 염불 공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집중하여 얻어 삼매를 유지하여 통찰지(洞察智)를 얻는 모든 수행법을 이르는 것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첫째, 신룡이 보호하는 곳(神龍所護地)으로 신경을 쓰이게 해서 집중을 방해한다.
둘째, 야차 나찰이 머무는 곳(夜叉羅刹住地)으로서 별별 방법으로 행법(行法)을 어지럽게 하기 때문이다.
셋째, 시다림지(尸茶林地)는 죽은 시체를 갖다 버리는 더러운 곳으로 정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넷째, 불법이 없는 곳(無佛法地)은 선신이 와서 지키지 못하므로 피해야 한다.
다섯째, 범과 이리가 머무는 곳(虎狼住地)은 위험하고 맹독으로 길상하지 못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모기 벌레 많은 곳(多蚊蟲地)은 신경 쓰이고 조용함을 유지하지 못하므로 피해야 한다.
일곱째, 비가 오지 않는 곳(無雨地)은 목이 마르고 물이 없으므로 돕는 인연을 만나기 어렵다.
여덟째, 바람이 많은 곳(饒風地)은 회오리가 불고 추워서 집중하기 어렵다.
아홉째, 도둑이 머무는 곳(賊住地)은 손해 보는 마음이 많이 일어나 편안하게 머무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열 번째, 도살하는 이들이 있는 곳(屠殺住地)은 자비심이 없어서 길상하지 못한 곳이어서다.
열한 번째, 술파는 곳(沽酒住地)이다. 술은 죄업을 일으키는 인연이 되어 중생의 마음이 뒤집어지게 하므로 그렇다.
열두 번째, 경전과 불상을 함부로 판매하는 곳(賣經像地)은 인과를 믿지 않고 착한 마음이 없어 길상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열세 번째, 때리거나 죽이는 도구 파는 곳(賣凶具地)은 칼, 몽둥이, 활, 화살 등 살생 기구를 파는 곳인데 살해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므로 그렇다. 수행의 목적은 성불이고, 성불의 목적은 중생을 제도하는 것인데 생명을 해치면 되겠는가?
열네 번째, 여자 파는 곳(賣女地)은 음행을 업으로 하는 곳이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더러워서 도행을 방해하므로 그렇다.
마지막으로 어려움이 많은 곳(衆難地)은 물난리, 불난리, 전쟁 발발지 등을 말한다. 이런 장소는 흉하고 험하여 길상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장소들은 공부를 할 수가 없고 행법을 진행하지 못하며 이룰 수가 없다고 하였다. 하물며 총무원장과 종회의원들은 결계를 입법화했는데 도량이 아닌 곳을 토굴이라 머물고 소유하며, 외제 차와 요트를 타면서 골프를 친대서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일자불정륜왕경(一字佛頂輪王經)』에서는 다른 사람의 나쁘고 원망하는 마음을 조복시켜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뜻대로 만족함을 구하는 (평화를 얻고자 하는) 이는 조용하고 좋은 곳(空寂有閑勝處)을 택해서 계(界)를 맺고(結), 단(壇)을 세워서(建) 몸과 말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여 성상(聖像)에 공양을 올리고나서 염송을 하라고 하였다. 물론 이 경에서는 일자불정륜왕주(一字佛頂輪王呪)를 염송하라고 하였지만 다른 모든 염송도 같을 것이다.
[출처] 주력염송때 피해야 할 열다섯 곳|작성자 어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