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행 이야기

부설거사(溥雪居士)의 이야기

자공 우주 2007. 6. 22. 09:37

부설거사(溥雪居士)의 이야기
신라시대 때 부설 거사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성은 진(陳)씨, 이름은 광세(光世)이며 선덕여왕 때 경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출가하여 불국사에서 원정(園淨)의 제자가 된 뒤 여러 곳을 다니며 수행했습니다.

부설스님은 어느 해 오대산으로 가던 중 구무원(仇無寃)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되었습니다. 이 집에는 18세 된 묘화(妙花)라는 처녀가 있었는데 이 처녀가 부설 스님을 보는 순간부터 스님을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그 처녀는 결국 부설 스님에게 함께 살자고 애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부설 스님은 승려의 본분을 들어 번번히 거절하자 묘화는 마침내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이에 부설 스님은 생각했습니다. 모든 보살의 자비는 중생을 인연따라 제도하는 것이 아닌가? 부설 스님은 마침내 묘화와 부부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제 스님이 아니라 부설 거사가 된 그는 15년을 살면서 아들 등운(登雲)과 딸 월명(月明)을 낳았습니다. 그들이 장성하자 부설 거사는 아이들을 부인에게 맡기고 따로 법당을 지어 수행에만 전념했습니다. 거사의 몸은 비록 마을에 있었으나 어느덧 마음은 지극히 순화되어 견성(見性)을 이루었으니 늘 기쁘고 즐겁고 편안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세수를 안해도 얼굴에는 항상 광명이 나고,옷을 빨아 입지 않아도 때가 묻지 않는 이구지보살(離垢地菩薩)이 되었습니다. 이구지 라는 말은 때가 떨어져 나갔다는 말로서 마음의 때가 없으니 몸에도 때가 묻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부설 거사가 참선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옛날에 함께 수행했던 영조(靈照), 영희(靈熙) 두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두 스님은 가족을 거느리고 참선하는 부설거사를 보고 비웃었습니다. 이 사람아, 가족을 거느리고 사는 맛이 어떤가? 이제 도는 멀리 가버렸겠구먼!

“나는 그저 이렇게 세월만 보낸다네. 자네들은 그 동안 산수 좋은 수도처를 다니면서 도를 많이 닦으셨겠네. 내가 자네들이 올 줄 알고 물병 세 개를 걸어 놓았네. 우리 저 물병으로 도력(道力)을 한 번 시험해보세.”

두 스님은 이상한 시험도 다 있다 하면서 부설 거사가 시키는 대로 방망이를 가지고 차례로 병을 때렸습니다.

먼저 영조 스님이 방망이로 병을 딱 때리니 병이 깨지면서 물이 쏟아졌습니다. 그 다음에 영희 스님이 방망이로 두 번째 병을 때리니 마찬가지로 병이 깨지고 물이 쏟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설 거사가 방망이를 받아 병을 때리자 병은 깨졌는데 물은 그대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출가한 사람이면서 도력이 미치지 못하네. 재가(在家)의 처사가 이런 높은 도력을 지니고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네.”
그러자 부설 거사는 이렇게 게송을 외웠습니다.

눈으로 보되 보는 바가 없으니 분별할 것이 없 고
귀로 듣되 듣는 바가 없으니 시비가 끊어졌도다.
분별심과 시비의 마음을 다 놓아 버리니
다만 마음 부처를 보고 스스로 귀의할 뿐이다.



인도의 유마(維摩) 거사, 중국의 방(龐)거사와 함께 부설 거사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거사로 손꼽힙니다.

물론 수도 환경이 좋은 산중에서 도를 닦으면 더욱 좋겠지만, 세속에 살면서도 꾸준히 참선·염불 등의 수행을 하면 마음이 차츰 순화되고 절로 선행(善行)을 하게 됩니다.
우리 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선행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출가해서는 비구·비구니로, 재가에서는 우바새·우바이새로서 선행을 닦아야 합니다. 출가한다고 해서 도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세속생활을 한다고 해서 도가 달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세속에 살지라도 마음을 닦아 선행을 이루면 몸만 출가하고 마음은 출가하지 못한 수행인보다 훨씬 공덕이 많습니다. 부디 어떤 환경에 처하든 마음 닦는 일에 정진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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