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세종임금때 함경북도 진주땅에 왕랑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비몽사몽간에 11년전에 물에 빠져 죽은 그의 부인 송씨가 찾아 왔습니다.
“여보 영감, 벌써 주무십니까? 깨여 있거든 내말을 좀 들어주시오.”
왕랑은 놀라서 “거기 누구요”
“나를 모르시겠소? 11년전에 당신과 같이 살다 죽은 아내요.”
“임자에게 꼭 부탁할 말이 있어 찾아 왔소이다.”
“그 부탁이란게 무엇이요” 하니 송씨 부인은, “내가 죽은지 11년이나 되었으나 죄의 심판이 끝나지 못해 임자(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일 아침이면 저승사자들이 당신을 잡으러 올테니 당신은 이제 집안에 향불을 피우고 서쪽 벽에 아미타불의 위목을 써서걸어 모시고 그 앞에 앉아 밤새도록 나무아미타불을 일심으로 염불 하세요.”
남편 왕랑은 겁이나서 “그렇게 시키는대로 하겠으나 염라대왕이 대체 왜 나를 잡아간답니까” 하니, “여보 내말을 들어 보세요. 그 전에 우리집 북쪽에 사는 노인 안씨가 매일 아침마다 서쪽을 향하여 백팔번 절을 하고 매월 보름달이면 일천번 절을 하면서 나무아미타불을 부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내외는 그 안씨를 미친 사람이라 흉을 보고 그 노인 염불하는 것을 미워하지 않았소. 그리고부처님을 믿지 않고 삼보를 비방하고 스님네를 욕하고 살생 하기를 좋아하고 거짓말하고 하지 않았소. 그 결과 죄값으로 내가 먼저 잡혀 왔는데 당신을 잡아 와야만 심판을 하여 저 무서운 지옥으로 보낸다고 하니 큰일입니다. 그러니 다른 생각 말고 내가 시키는대로 염불을 지성껏 하시여서 지옥의 고초를 면하도록 합시다.”
송씨 부인은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왕랑은 그 부인의 말을 명심하고 즉시 창호지에 나무아미타불을 써서 서쪽벽에 걸어놓고 향불을 피우고 지성으로 염불을 하였습니다. 새벽녘에 다섯명의 저승사자가 와서 왕랑의 집을 돌아 본뒤에 먼저 부처님위목에 절을하고 그 다음에는 왕랑에게도 절을 하였습니다. 왕랑이 답예를 하니 사자가 말하기를,
“우리는 염라대황의 명으로 당신을 잡으러 왔으나 당신이 도량 청소를 깨끗이 하고 염불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매우 고맙게 생각은 하지만, 상부의 명령을 어길 수 없는 까닭에 정식으로 결밖을 지여 끌고 갈수는 없으나 저승까지 아니갈수는 없는 일이니 어서 같이 떠납시다.” 하였습니다. 다른 사자가 나서서 하는 말이 염라대황이 저 중생을 묶어서 끌고 오라 하셨는데, 그냥 데리고 가면 어찌 하려는가 하였습니다. 이에 다른 사자가 우리들이 꼭 명령대로 남의 혼신을 혹독하게 다루고 선도를 닦지 못함으로서 지금까지 이 귀신보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않소, 그그러니 우리가 다시 죄를 받더라고 감히 염불 행자를 묶어 갈수 있겠소. 하니 또 다른 사자가 말하기를, 그대가 비록 지은 죄가 태산과 같을지라도 염불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보고 들었으니 염라대왕께 잘 사뢰어 인간에 다시 태어나게 해 볼테니 슬퍼하지 마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왕랑이 안심하고 사자들을 따라 명부에 들어가니 염라대왕이 노하여 사자를 꾸짖되 급히 잡아오라 일렀거늘 왜 이렇게 늦었으며 죄인을 묶어오지 않은 까닭은 어찌된 일이냐? 하니 사자가 보고 들은 대로 아뢰고 전해야 무슨죄를 지었든지간에 지금은 염불을 하고 있는 행자를 묶어올수 없어 그저 붙들고 왔습니다 하니, 염라대왕이 기뻐하여 왕랑을 영접하였습니다. 명부 십대명왕들은 모두 왕랑을 잘 맞이 하였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하기를, “너희들이 일찍이 남의 염불하는 것을 비방하고 욕설하고 삼보를 욕하고 스님네들 미워하고 살생과 망어와 음주를 하여 사람을 괴롭게 한 죄로 먼저 송씨를 잡아다 두고 나서 다시 그대의 수한을 기다려 역시 잡아다 문초하고 매질한뒤 무간지옥에 보내려고 하였는데 사자에게 들으니 그대들이 이미 매일 참회하고 지성으로 염불을 한다기에 모든 죄를 용서하노라. 그리고 염라대왕은 판관을 불러 이르기를, ‘이 왕랑 부부가 먼저는 남의 염불하는 것을 비방하고 삼보를 공경치 않은 큰 죄를 지었기에 지옥으로 보내려 하였더니 그간에 개심하여 염불을 열심히 하여 모든 죄가 소멸 되었다. 그러므로 다시 연명을 시켜서 인간으로 돌려 보내고자 하니 잘 처리하라.’
판관이 염라대왕에게 말하기를,
“왕랑은 시신이 있으므로 다시 환생할 수가 있으나 송씨 부인은 육신을 버린지 11년이나 지났으므로 시체가 다썩어 버렸으니 송씨의 혼을 어느 곳으로 보내오리까,” 하니
“그것은 그렇구나, 과연 난처한 일이다.”
이때에 왕랑이 여쭙기를 “소인이 집을 떠나올 때 길주원님인 성주의 딸이 21살인데 명이 다하여 죽었으므로 그 시체가 아직 그냥 남아 있는줄 압니다. 그런즉 송씨를 그의 시체로 보내주시면 좋을까 합니다.”
염라대왕은 기뻐하여 말했다.
“네가 나가거든 안씨노인을 부모와 같이 섬기고 일심으로 염불을 잘 하도록 하라. 안씨는 앞으로 3년을 지나 3월 1일에 극락세계를 왕생할 것이다.”
이리하여 왕랑이 죽은지 사흘만에 깨여 보니 집안 사람이 자기 시체를 관에 넣어 장사 지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왕랑이 다시 살아나니 동네 사람들이 기뻐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한편 송씨는 길주 땅 성주의 딸몸에 의탁하여 살아났는데 딸이 되살아 났다고 기뻐하는 성주와 그 부인에게 그 딸은 말하기를, “나는 11년전에 이 세상을 떠난 왕랑의 처로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고 인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데 의거할 곳이 없어 따님의 몸을 빌었으니 그리아시고 친딸 같이 여기시어 왕랑에게 시집 보내주십시오.”하니, 성주와 부인은 어이가 없었으나 원래 친딸이 아니라 하여도 죽어서 없어진 것보다는 낮다고생각하여 송씨의 말대로 왕랑에게 출가시켜 주었습니다.
이후로 왕랑 부부는 오래 장수하여 지성으로 염불하여 죽음다음 서방 극락세계에 왕생하였다고 합니다.
'수 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공 잘 하는 법 (0) | 2007.06.22 |
---|---|
남의 돈을 가로채고 소가 된 이야기 (0) | 2007.06.22 |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서 생기는 결점 (0) | 2007.06.22 |
은혜를 배반한 과보 (0) | 2007.06.22 |
범종불사(梵鐘佛事)의 공덕 (0) | 2007.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