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2.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그동안 불화의 도상 해설에 이어 사찰의 주법당에 그려지는 부처님 팔상성도와 십우도 벽화를 살펴 보았다. 이 번호 부터는「부모은중경(부모은중경도해)」의 도해인 부모은중경도해 벽화를 보며 부처님께서 설하신 효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아가 바른 효를 실천으로 일구어내는 계기로 삼아 보자. 부모은중경은 「불설대보부모은중(佛說大報父母恩重經)」의 약칭으로 한량없는 부모의 은혜에 대해서, 특히 유교의 효경(孝經)이 아버지의 은혜를 대해서, 특히 유교의 효경(孝經)이 아버지의 은혜를 두드러지게 내세우는 점과는 달리 어머니의 은혜를 강조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여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경이스러울 정도로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부모은중경 벽화는 주로 지장전의 외벽에 그려진다. 본 이름이「지장보살본원경(地裝菩薩本願經)」인 지장경 역시 불가(佛家)의 효경으로 전하고 있다. 지장경은 석존께서 어머니인 마야부인을 위하여 도리천에서 설법하시는 것으로 시작되며 지장보살의 옛적에 인연이 모두 부모님께 효를 행했던 것이 리고되어 있는 까닭 등으로 해서 지장전의 벽화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벽화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어버이의 열 가지 크신 은혜를 그림으로 그려 나타내는데 먼저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림을 경의 내용과 함께 보도록 하자.
1. 회탐수호은 (懷耽守護恩 : 품에 품고 지켜주시는 은혜) 오랫동안의 인연이 귀중하여 금생에 와서 어머니 뱃속에 몸을 맡기네. 달이 지나가면 오장이 생기고 일곱달로 접어들어 육정이 열리네. 몸이 무겁기는 큰 산과 같고 가고 서고 할 때마다 바람조차 겁을 내며 비단옷이라곤 입어 보지도 않고 단장하던 거울에는 먼지만 쌓여 있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아주 오래 전에, 이 세상에 태어날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인연(因緣)이다.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아기는 어머니 뱃속에서 날이 지나고 달이 지나는 동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전한 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아기가 이처럼 어머니의 뱃속에서 변화, 성장하는 동안 어머니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기에 어머니의 무거운 몸이 큰 산과 같다고 비유하였다. 또한 움직일 때마다 몸을 조심해야 하고 바람만 불어도 걱정하고, 무서운 것과 좋지 않은 것을 보면 아기에게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할 뿐만 아니라 먹는 것과 입는 것 등 모든 일에 주의 하고 조심하며 아기를 위해 어머니는 세심한 신경을 쓰게 된다. 첫 번재 벽화는 이를 나타낸 것으로 탁자에 기대어 웅크린 어머니의 표정에는 그런 조심스러움이 배어있다.
2.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해산함에 고통을 이기시는 은혜) 잉태한 지 열 달이 다가오니 해산의 어려움이 아침 저녁으로 임박했네. 나날이 중한 병 든 사람 같고 나날이 정신이 혼미해지네 무섭고 두려운 마음 표현하기 어려워 하염없이 눈물 흘려 옷깃을 적시네. 슬픔을 머금은 채 친척에게 말하기를 이러다가 이 몸 죽을까 겁이 나오.
이 두 번째 벽화가 담고 있는 것 역시 도경에 나오는 위의 내용과 마찬가지다. 아기가 태어날 때쯤 어머니에게는 여러 가지 징후가 나타나는데 이때 어머니가 겪는 고통은 다 말할 수가 없다. 태어날 아기는 어떤 모습일까, 몸은 건강할까, 어느 한가지 모자라거나 이상한 곳은 없을까, 고통스럽지 않고 순조롭게 아기를 낳을 수는 없을까 하는 여러 가지 근심과 두려움이 쌓이게 된다. 어머니 뱃속의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인 만큼 어려움과 두려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기도 하다. 두 번째 그림은 아기가 태어날 때쯤 아무 탈없이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되기를 염려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함축하여 위와같이 한 장면에 나타내고 있다.
3. 생자망우은(生子忘優恩) 4. 연고토감은(咽苦吐甘恩) 불교의 보은(報恩)사상과 관련하여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과 함께 「목련경(目連經)」「우란분경(우란분경)」「심지관경(심지관경)」등이 있다. 「증일아함경」에서 보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일 중생으로서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자가 있다면 이 사람은 가히 공경할 만하다”하였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여도 떨어진 것이 아니요, 오히려 가까이 있는 것과 다르지 아니하며,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은 나와 비록 가까이에 있어도 오히려 가깝지 않으며, 비록 가사를 입고 나의 좌우에 있다고 하더라구도 오히려 이 사람은 내게서 멀리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갚음이 없는 사람이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본사경」에는, “만일 중생이 그 부모에게 깊은 마음으로 존중하여 예배하고 공양하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친근히 받들어 모시면 그 복이 한량없느니라”고 하였다. 「부모은중경」역시도 부모의 은혜가 크고 깊음을 설하여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을 가르친 경전이다.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자식은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어머니를 오른쪽 어깨에 업고서 수미산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설한다. 지장전 외벽에 주로 그려지는 「부모은중경」벽화를 경문과 함께 보기로 하자.
3. 생자망우은(生子忘優恩 :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자비로우신 어머니 그대를 낳을 때에/ 오장이 모두 터지고 갈라지듯 했고/ 몸과 마음이 고통으로 혼미해졌네./ 흐르는 피는 양을 잡은 듯하지만/ 낳은 아기 건강하단 말 들으니/ 반갑고 기쁜 마음 비 길 데 없네/ 기쁜 마음 가라앉고 슬픔 마음 다시 일어나니/ 아픔과 괴로움이 온몸에 사무치네.
화사한 채색으로 그려진 세 번째 벽화는 어머니가 아기를 낳을 때의 고통을 말하고 있다. 그런 고통을 겪고서도 아기가 튼튼하게 모든 것을 갖추고 태어났으면 언제 괴로웠더냐 싶게 오히려 기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사하게 아기를 낳았다는 근심은 사라져 새롭게 되살아 난 것 같을 것이다. 막 태어난 아기를 내려다 보며 흐뭇해 하는 어머니의 표정은 이를 말해준다.
4. 연고토감은(咽苦吐甘恩 :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시는 은혜) 부모의 은혜 깊고도 중하여/ 사랑하심을 한시도 잊지 않으시네./ 좋은 음식 마다하니 무엇을 잡수시나./ 쓴것만을 삼키셔도 그 얼굴 밝으시네./ 지중하신 r 사랑에 솟는 정 한이 없고./ 은혜 더욱 깊으시어 더욱 더 애절하네./ 어린아이 배부르게 하기 위해서/ 자비로운 어머니 배고픔도 마다 않네.
네 번째 벽화인 ‘연고토감은’ 에서는 어머니가 사랑과 희생으로 아기를 기르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시도 잊지 않고 끈임없이 베푸신다. 먹는 것도 아기가 배탈이 날까 찬 것을 데워서, 뜨거운 것은 식혀서 먹이며, 좋은 것만을 골라 아기에게 먹인다. 그리고 경문은 달콤한 것은 어머니의 입속에 넣다가도 뱉어서 아기 입에 넣어주는가 하면, 쓴 것은 아기 대신 어머니가 먹으면서도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음을 이르고 있다.
그래서 다시「부모은중경」에서 이르기를 “어떤 사람이 농작물이 잘 되지 않아 먹을것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당할 때, 어버이를 위하여 자기몸의 살을 도려내어 저미고 부서뜨려 마치 티끌과 같이 하고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고생한다고 해도 부모의 깊은 은혜는 다 갚을 수가 없느니라.”한 것이다. 그래서 ‘연고토감은’ 벽화에 나타난 아기를 앉고 사랑스러워 하는 어머니의 표정은 한없이 평화스럽기만 하다. 도상은 앞의 경우 마찬가지로 화보풍의 밑그림을 본으로 하여 화려한 채색으로 그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