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절, 삼 천배
2010년 9월 2일 목요일 새벽 배달을 마치면서 어제
스님이 말씀하신 삼 천배를 해봐야 겠구나. 마음을 먹어본다.
아침을 먹고 절에 갈려고 준비하는데 마음이 갈팡질팡 흔들린다. 할까? 말까?
준비는 뭘 해야 하나? 하다가 산에 갈 때처럼 준비를 해가지고 보림사로 향한다.
스님이 주시는 따듯한 커피한잔으로 마음을 추서리고 10시10분전 첫배를 시작한다.
9월이지만 유난히 무더운 9월 2일 내생에 첫 3천배 절 수행을 시작한다.
삼복더위는 지났는데 유난히 더운 올해 더위는 몇 배 하지 않은 내 이마와 등줄기에서
팥죽 같은 땀을 쏟아낸다.
나는 평소 광명진언을 염하기에 오늘도 광명진언 속에 절을 하기로 한다.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을 염하면서 일 배 일 배
숨소리 하나까지 느끼면서 부처님 우주만물 모두에게 광명의 빛을 발하소서. 부처님 구천에
떠도는 영혼이 없게 하소서 빌고 빌며 일 배 일 배를 이어간다.
부처님 무명의 그늘에 가리 워서 참 나를 보지 못하고 두꺼운 업식만 쌓아가는 나를 바로
볼 수 있게 하소서, 부처님 집착과 아만으로부터 벗어 날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라며 부처님을
부르다 지친 나는 잡념과 망상의 바다 속을 헤매고 있을 때 내 귓전에 거사님 점심 공양 하세요,
하시는 스님의 말씀이 귓전을 때려 정신을 차려보니 시계는 12시를 지나고 내가 누른 계수기는
1025라는 숫자를 만들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두 시간에 천배 했으니까, 삼천 배? 뭐 별거 아니구나, 하면서 한 시간을 쉬고 다시
시작한 절 수행 오백 배를 지나면서 아파오던 무릎이 강도를 더해온다.
그렇게 3시간 2천 배를 지나고는 법당 바닥에 벌렁 누워 버렸다.
빈껍데기에 자존심하나로 똘똘 뭉쳐진 나를 만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두려워 쩔쩔 매는 나를 만나다.
주관 없이 이것인가 저것인가 의심하며 헤매는 나를 만난다.
돈을 벌까? 수행을 할까? 세속의 굴레 속에서 이 핑계 저 핑계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똥파리 일뿐인가요? 부처님, 부처님 진정 이렇게 살다 가도록 내버려진
똥파리인가요? 가슴속에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다시
3천배를 향한 항해를 시작한다.
지금부터는 몸으로 가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가야한다.
무릎이 너무 아프다, 허리에도 통증이 찾아오고 팔꿈치도
아린다. 온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 같다.
한 시간에 300배도 쉽지가 않다.
내 마음을 아시는지 스님이 천천히 내 앞에서 절을 하신다.
놓치면 못 간다, 같이 가야해 를 외치면 이빨을 앙 다물어본다.
육체와는 달리 머리는 맑아지고 정신은 또렷해진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그렇지만 하나라는 걸 느낀다. 그렇구나 하하하 우습구나,
지금까지 “나“ 라고 생각 했든 것이 거짓이었구나.
나도 아니면서 나로 살아온 너는 누구냐? 라는 물 음속에
스님의 음성 거사님 다되어가요?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
시계는 9시30분을 가리키고 계수기는 3천을 넘어30을 더하고 있었다.
부처님 우주만물 모두에게 광명진언의 자비광명이 함께하길
구천을 떠도는 모든 영가님들이 광명진언의 힘으로 원하시는 좋은 곳에 태어나시길.
나와 인연 가지신 모든 이들이 광면진언의 힘 속에 평안하기를 바라며 3천배와 3천송을 회향합니다.
그렇게 육체를 힘들게 한 3천배를 마치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을 가지고 수돗가로 가서 머리부터
물에 담그고 올려다본 하늘은 언제나의 하늘 그대로였다.
누구나 다 ~~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다~~ 할 수 없는 절 삼천 배
스님이 준비해주신 따듯한 오룡차가 내 몸을 일주 하면서 오늘을 내게서 밀어내고 있다.
오늘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절 삼배와 스님이 주신 차 한 잔 하고 집으로 간다.
경남 거창군 거창읍 상림리 12~4 목화@402호
박 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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